나를 공부한다는 것이 나를 잊는 과정이라는 말, 처음 들으면 참 역설적이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우리는 보통 나를 더 잘 알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분석하곤 하잖아요. 하지만 도겐 선사의 이 말씀은 오히려 나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세상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보인다고 속삭여주는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얼마나 잘나야 하는지에만 매몰되어 있으면 정작 내 눈앞에 펼쳐진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기 쉽거든요.
우리의 일상도 이와 참 닮아 있어요. 가끔 우리는 스스로를 너무 엄격하게 평가하느라 마음의 감옥에 갇히곤 하죠. '나는 왜 이럴까',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면, 창가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이나 길가에 핀 작은 꽃 한 송이의 경이로움을 느낄 여유가 사라져 버려요. 나라는 자아를 지키려는 집착이 오히려 세상을 보는 눈을 흐리게 만드는 셈이에요.
얼마 전, 저 비비덕도 마음이 참 무거웠던 날이 있었어요.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빠져서 온종란히 제 실수만 곱씹고 있었죠. 그러다 문득 창밖을 보니 작은 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 위에서 아주 평온하게 깃털을 고르고 있더라고요. 그 순간, '나의 실수'라는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 그저 새의 움직임과 바람의 소리에 집중해 보았어요. 신기하게도 나를 괴롭히던 고민들이 조금씩 흐릿해지면서, 세상이 다시 생기 있게 다가오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자아를 잊는다는 것은 나를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세상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부드럽게 녹여내는 과정이에요.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그저 흐르는 물처럼 주변의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어보는 거죠. 그러면 만물(ten thousand things)이 건네는 작은 위로와 깨달음이 비로소 우리 마음속에 스며들 수 있어요.
오늘 하루, 잠시만이라도 '나'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 보는 건 어떨까요? 거울 속의 나를 분석하기보다는, 지금 당신을 감싸고 있는 공기의 온도나 입안에 머무는 차 한 잔의 온기에 집중해 보세요. 그 찰나의 몰입 속에서 당신은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