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엇을 흉내 내고 어떤 모습인 척하는지가 결국 우리의 진짜 모습이 된다는 커트 보니것의 말은 참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처음 이 문장을 접했을 때 저는 마치 거울 앞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우리가 타인에게 멋져 보이려고, 혹은 상처받지 않으려고 덧씌운 가짜 가면들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 영혼에 스며들어 결국 우리의 진짜 정체성을 만들어버린다는 사실이 조금은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우리가 연기하는 역할이 우리의 본질을 잠식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경고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상을 가만히 들여히 들여다보면 이런 순간들이 참 많아요. 직장에서 유능하고 빈틈없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피곤함을 숨긴 채 미소 짓는 일, 혹은 친구들 사이에서 아무런 고민이 없는 것처럼 씩씩한 척 행동하는 일들 말이에요. 처음에는 그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작은 연기였을지 모르지만, 그런 연기가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조차 헷갈리게 됩니다. 겉으로 완벽한 척하는 모습에 익숙해질수록, 정작 내 안의 여린 아이는 외로워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제 친구 중 한 명은 늘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슈퍼우먼'인 척하며 지냈던 적이 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늘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만 보여주려 애썼죠. 하지만 어느 날 그 친구가 조용히 저를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말했어요. 아무도 진짜 힘들어하는 자신을 봐주지 않는 것 같아 너무 공허하다고 말이에요. 그 친구는 강한 척하는 연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스스로를 돌볼 기회를 놓치고 있었던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며 저 또한 제가 어떤 모습을 연기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깊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는 우리가 쓰고 있는 가면을 잠시 내려놓고, 진짜 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멋진 모습이 아니라, 조금은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솔직한 나의 감정을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해요.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대하고 어떤 태도를 취할지 신중하게 선택할 때, 비로소 우리는 가짜가 아닌 진짜 나로서 빛날 수 있을 거예요. 오늘 밤, 스스로에게 물어봐 주세요. 나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