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을 것 없이 떨어지되 땅도 없다는 역설이, 두려움을 놓아버리는 궁극적 자유를 그린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때로 발밑이 쑥 꺼지는 듯한 막막함을 경험하곤 해요. 잡을 수 있는 줄도 없고, 나를 지켜줄 낙하산조차 없는 허공에 홀로 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죠. 초기암 트룽파의 이 말은 바로 그 두려운 순간을 아주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줍니다. 나쁜 소식은 우리가 아무것도 붙잡지 못한 채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지만, 정말 좋은 소식은 우리가 부딪혀 다칠 바닥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요. 이 문장은 끝없는 추락이 곧 끝없는 자유가 될 수 있음을 속삭여줍니다.
일상 속에서도 이런 순간은 불쑥 찾아와요. 공들여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믿었던 관계가 어긋날 때 우리는 마치 끝없는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한 공포를 느낍니다. 마치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불안해서 숨이 가빠지기도 하죠. 하지만 잠시만 멈춰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바닥'은 사실 우리가 만들어낸 불안의 결과물일 때가 많아요.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어디로든 유영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제 친구 중 한 명도 커다란 실패를 겪고 한동안 방황한 적이 있었어요. 모든 계획이 무너졌을 때, 그 친구는 자신이 바닥으로 추락해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고 믿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은 것은, 추락하는 동안 오히려 중력의 구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날갯짓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어요. 잡을 것이 없었기에 오히려 새로운 것을 잡기 위해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던 셈이죠. 추락은 파멸이 아니라, 새로운 궤도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거예요.
지금 혹시 아무것도 붙잡지 못한 채 허공을 떠돌고 있다고 느껴지시나요? 그렇다면 너무 무서워하지 마세요. 당신을 아프게 할 딱딱한 바닥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요. 지금의 불안함은 당신이 더 자유롭게 유영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는 추락의 공포에 집중하기보다, 당신이 그려나갈 수 있는 무한한 공중의 궤적을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존재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