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이라는 이름의 악이 때로는 의도된 악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긴다.
한나 아렌트의 이 문장을 처음 마주했을 때,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악이라는 것이 거창한 악의나 잔인한 계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선과 악 사이에서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은 채 방관하는 마음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무겁게 다가왔거든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악은 누군가를 해치려는 강렬한 의지처럼 보이지만, 사실 진짜 무서운 것은 옳고 그로움을 판단하기를 포기하고 그저 흐름에 몸을 맡겨버리는 무관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이런 모습은 자주 발견되곤 해요. 누군가 곤경에 처해 있거나 부당한 상황을 목격했을 때, 우리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야'라며 고개를 돌리곤 하죠. 특별히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서서 정의를 외치기에는 피곤하고 귀찮은 마음이 앞설 때가 많잖아요. 하지만 그저 침묵하며 방관하는 그 순간, 우리는 의도치 않게 부정적인 상황이 지속되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선한 의지를 갖기로 결심하지 않은 상태 그 자체가 이미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요.
얼마 전, 제가 길을 걷다가 작은 카페에서 일어난 일을 본 적이 있어요. 한 손님이 무례한 태도로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는데,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보거나 못 본 척 고개를 숙이고 있었죠. 저 역시 처음에는 눈을 피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려 했어요. 하지만 그 정적이 흐르는 순간, 저의 방관이 저 무례한 상황을 묵인하는 힘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이 무거워졌답니다. 아주 작은 친절이나 따뜻한 눈빛 하나를 건네는 선택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 차가운 공기를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매 순간 영웅처럼 행동하며 세상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할 거예요. 저 비비덕도 가끔은 어려운 상황 앞에서 작아지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내 주변의 작은 불편함에 눈을 돌리지 않는 것, 아주 사소한 다정함을 선택하는 것부터 말이에요. 오늘 하루, 당신의 마음속에 선한 방향을 향한 작은 나침반 하나를 세워보는 건 어떨까요? 당신의 그 작은 결심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드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