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행복에 얽매이지 않을 때, 새로운 행복을 맞이할 준비가 된다.
보에티우스의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마음 한구석이 아릿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불행 속에서 가장 불행한 것은 행복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말은, 우리가 소중히 간직했던 찬란한 순간들이 때로는 현재의 고통을 더욱 깊게 만드는 날카로운 칼날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행복했던 기억은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그리워하게 만들어 지금의 결핍을 더 크게 느끼게 만들기도 하죠.
우리의 일상에서도 이런 순간들을 자주 마주하곤 해요. 정말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 뒤에 찾아오는 공허함이나, 눈부시게 성공했던 프로젝트가 끝난 뒤 느끼는 무력감 같은 것들이요. 찬란했던 시절의 기억이 남아있기에 지금의 평범하거나 힘든 일상이 더 초라해 보이고, 마치 빛나던 시절의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상실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행복의 기억이 역설적으로 슬픔의 무게를 더 무겁게 만드는 셈이에요.
제 친구 중 한 명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아주 평화롭고 웃음이 끊이지 않던 시절을 보낸 뒤,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로 힘든 시기를 겪게 되었죠. 그 친구는 예전의 그 행복했던 공기를 다시 마실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괴로워서, 차라리 아무런 기억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어요. 행복했던 기억이 마치 닿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느껴져서 현재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던 것이죠.
하지만 여러분,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보고 싶어요. 비록 그 기억이 지금의 우리를 아프게 할지라도, 그만큼 우리가 아름다운 순간을 누릴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을 가졌었다는 증거니까요. 과거의 행복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어줄 거예요. 지금 당장은 그 기억이 아픔일지라도, 언젠가 다시 찾아올 행복을 믿으며 오늘을 견뎌낼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오늘 밤에는 잠시 눈을 감고, 아픈 기억 뒤에 숨겨진 그 찬란했던 빛을 가만히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그 빛이 언젠가 다시 당신의 오늘을 비출 수 있도록, 스스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다독여주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