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하얀 종이를 마주할 때, 여러분은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이 문장을 읽고 있으면, 마치 마법 같은 가능성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아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그곳에 존재하며 빛을 보기 위해 애쓰고 있는 투명한 글자들처럼 말이에요. 시작하기 전의 막막함은 사실 아무것도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숨어 있어서 느껴지는 설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의 일상도 이와 참 닮아 있어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새로운 인연을 맺거나, 혹은 내일이라는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때 우리는 늘 빈 페이지 앞에 서게 되죠. 무엇을 써 내려가야 할지 몰라 펜을 든 손이 머뭇거릴 때가 많아요. 하지만 그 빈 공간은 결코 텅 빈 것이 아니에요. 우리가 경험했던 기억들, 우리가 품고 있는 꿈들, 그리고 우리가 내딛을 용기들이 보이지 않는 잉크가 되어 이미 그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답니다.
제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저 비비덕도 가끔은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해 모니터 앞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을 때가 있어요. 아무것도 쓰지 못한 화면을 보면 마치 실패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도 하죠.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제 마음속에는 이미 쓰고 싶은 따뜻한 이야기들이 소용돌이치고 있다는 것을요. 단지 그것들이 밖으로 흘러나올 통로를 찾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요. 그 보이지 않는 글자들이 밖으로 드러나 문장이 되었을 때, 저는 비로소 안도감과 기쁨을 느껴요.
지금 혹시 막막한 시작 앞에 서 계신가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에요.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이미 아름다운 삶의 문장들이 보이지 않는 잉크로 쓰여 있답니다. 그 글자들이 빛을 발해 세상 밖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아주 작은 한 글자부터 천천히 적어 내려가 보세요. 여러분의 빈 페이지는 이미 기적을 품고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