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두려운 것의 이면에 도움을 바라는 연약함이 있다면, 공감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의 힘이에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이 문장을 처음 마주했을 때, 제 마음 한구석이 찌릿하며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어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나 두려움, 혹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마주하곤 하죠. 그럴 때마다 우리는 그 고통을 밀어내고 싶어 하고, 빨리 사라지기만을 바라며 괴로워해요. 하지만 릴케는 그 무시무시해 보이는 모든 불행의 깊은 곳에는 사실 우리의 도움을 간절히 기다리는 연약하고 무력한 존재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해주고 있어요.
이 말은 우리가 겪는 시련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아요. 단순히 나를 괴롭히는 나쁜 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 내 삶의 어떤 부분이 돌봄을 원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게 하거든요. 마치 비바람에 떨고 있는 작은 아기 오리를 발견했을 때, 우리가 느끼는 것은 공포보다는 안쓰러움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인 것과 비슷해요. 우리가 마주한 거대한 슬픔도 사실은 아주 작은 위로를 갈구하는 마음의 신호일 수 있다는 뜻이죠.
얼마 전, 저 비비덕도 유난히 마음이 무겁고 모든 일이 엉망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었어요. 왜 이렇게 일이 풀리지 않는지, 왜 나는 자꾸만 작아지는지 스스로를 자책하며 우울함 속에 숨어버리고 싶었죠.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그 우울함은 저를 공격하러 온 적이 아니라, 지친 저에게 따뜻한 차 한 잔과 깊은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울고 있는 제 안의 작은 아이였던 거예요. 그 슬픔을 밀어내는 대신 가만히 안아주었을 때, 비로만큼 마음의 폭풍이 잦아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지금 혹시 당신을 힘들게 하는 무언가가 있나요? 그것이 미움이든, 불안이든, 혹은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이든, 너무 무섭게만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신 아주 조심스럽게 그 마음의 문을 두드려보세요. 그리고 다정하게 물어봐 주는 거예요. 너는 지금 무엇이 필요하니? 라고 말이죠. 당신의 그 작은 다정함이, 세상에서 가장 무력해 보이는 고통을 치유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거예요.
